에릭슨의 자아정체성 이론

‘인간 발달은 자궁에서부터 무덤에 갈 때까지 이루어진다.” E 에릭슨

인간은 출생하여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서 발달시켜야 할 바람직한 인성의 덕목이 있다고 에릭슨은 말한다. 각 단계는 다음과 같은 8단계로 연령에 따라 구분한다. 성장하는 개인은 단계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에 대한 탐색을 통해 주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건전한 성격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는 것이다.” S. 필립스

1) 영아기, 구강기(생후 1세) : 기본적 신뢰감 vs 불신감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와 공생관계로 주체와 객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모유를 먹으며 구강애적 쾌감, 즉 입술을 통한 만족을 맛보면서 기본적인 신뢰를 경험하는 개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시기의 인간은 혼자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양육자의 태도가 자신이 경험하는 전 우주가 되며, 이를 통해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 혹은 불신감을 갖게 된다. 이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긍정적인 덕목은 ‘희망감’이라고 에릭슨은 일컫는다.

“어머니는 모든 인간의 안식처이다.”

2) 유아기, 항문기(1-3세) : 자율성 vs 수치심

아이는 배설을 자유롭고 편하게 할수록 자율성의 발달을 이룰 수 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훈련과 지도를 받는다면 수치심, 의심, 편견, 고집, 강박 등의 부정적 방향으로 행동 패턴을 보일 수 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자율성은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아의 힘, 의지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3) 유아기, 성기기(3-5세) : 주도성 vs 죄의식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이나 놀이에 참여하기를 즐겨하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쌓으며 자발적이고 용기가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좌절 경험이 계속된다면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다.

4) 아동기, 잠복기(6-11세) : 근면성 vs 열등감

보다 넓은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로, 주변의 인정과 격려를 통해 근면성이 발달하고 유능감, 자신감, 열정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한다.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꾸지람과 비평이 계속된다면 열등감이 커진다.

5) 청소년기, 성욕기(12-18세) : 자아정체성 vs 역할혼미

청소년기의 개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면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친구와 이성 친구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상에서 자기가 속해야 할 방향과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하면 방향을 잃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길을 잃은 것은 길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프리카 스와힐리 속담

6) 성인기(18-35세) : 친밀감 vs 소외감

성인은 우정, 결혼, 직장생활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며 친밀감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더욱 발달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고독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불안으로 인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7) 중년기(35-55세) : 생산성 vs 침체감

중년기의 사람들은 가정이나 직장 등의 사회적 구조 속에서 생산적인 과업을 달성하고 만족감, 삶의 보람을 맛보게 된다. 특히 양육자로서의 경험에 근거하여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개발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지도하고 가르치는 역할이나 직업적인 성취에서 부정적인 경험이 반복된다면 침체감에 빠지거나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8) 노년기(55세 이후) : 자아통합성 vs 절망감

개인과 사회라는 생태계에서 균형을 이루고, 삶에 대한 감사와 인생을 조망하는 마음으로 인격의 통합성을 이루어나가는 시기이다. 노년기의 개인은 경륜과 지혜로 빛나는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방향이 여의치 못할 때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절망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아브라함 링컨

마무리

자아정체성은 나이가 들어 성숙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나’를 말한다. 또한 누군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어떤 역할을 맡은 ‘나의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 동일하게 느끼는 나,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누군가와 분명히 구별되는 나만의 개성을 말한다. 에릭슨에 의하며 사람은 아버지로서, 군인으로서, 관람자로서 어떤 역할자로 자신을 통합하는 기능이 존재한다고 했으며, 이런 역할 속에서 형성되는 ‘나’만의 모습을 자아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격은 일생에 걸쳐 발달한다는 에릭슨의 관점은 인간의 발달을 거시적으로 살펴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각 단계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인의 덕목을 개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서 후대의 심리학자들은 대상관계이론, 분석이론, 성장상담이론 등 보다 구체적인 이론들을 내놓으며 인간의 발달과 성장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에릭슨의 자아정체성 이론을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면 좋을 거 같다.

1) 각 단계에서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성격의 덕목이 나에게는 넉넉히 있는가?

2) 나는 어떤 부분에서 실패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3) 각 단계에서 나의 부모, 교사, 형제, 친지, 친구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나는 그들에게서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4) 여러 단계에 있는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혹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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